국립현대미술관은 «서도호» 전시와 연계하여, 서도호의 작업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하고자 그의 작품 현장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상영 프로그램 «서도호의 현장들»을 마련한다. 본 프로그램에서 소개하는 영상은 서도호의 예술적 태도를 중심으로, 전시에 소개되지 않은 세계 곳곳의 장소특정적 설치작부터, 다양한 협업을 바탕으로 한 작업들까지 공간과 사람을 엮는 관계를 통해 하나의 작품에 이르는 과정을 추적한다. 먼저 구체적인 장소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공공 미술 작품들의 제작과 설치 과정이 소개된다. 광주의 골목과 주차장에 정차하며 이웃의 환대 속에 운영되던 ‹틈새호텔›, 버펄로 올브라이트-녹스 미술관 야외에 세워진 대형 브론즈 조각 ‹카르마›의 주조 과정, 그리고 집 한 채를 옮겨야 하는 구조공학적으로 큰 도전을 요했던 작업의 현장으로 안내한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UCSD)의 스튜어트 컬렉션으로 커미션된 ‹별똥별›의 경우, 작가가 첫 유학생활을 했던 로드아일랜드 주의 소박한 뉴잉글랜드풍 코티지를 본뜬 집이 마치 미국 동부에서 토네이도를 타고 대륙을 가로질러 샌디에이고 공대 건물 위에 착륙한 듯 걸쳐 있다. 한편, ‹연결하는 집, 리버풀›과 ‹연결하는 집, 런던›은 작가가 나고 자란 집을 닮은 한옥 한 채가 리버풀과 런던이라는 다른 문화권의 도심에 위태로이 내려앉는 과정을 보여준다. 공공 미술 프로젝트로서 이들 작품이 도시와 겪는 교섭의 과정은 낯선 곳에 예술 작품으로서 ‘집 한 채를 들이는 일’의 사회적 합의를 보여준다. 또한 “하늘에서 뚝 떨어진” 작품의 디테일을 구현하기 위해 건축공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엔지니어링과 기관의 집념을 엿볼 수 있다. 서도호 작가가 오랜 기간 천착해 온 ‘천 건축’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는 ‹서도호의 움직이는 집들›은 반투명한 천으로 지은 집들이 리움미술관,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펼쳐지는 순간들을 모았다. 런던 테이트모던미술관에 설치되었던 붉은 천으로 만들어진 ‹계단›, 블룸버그 스페이스의 의뢰로 제작된 ‹사천왕사를 위한 제안›도 소개된다. ‘오색 비단’으로 지었다고 전해지는 경주의 옛 사원 터에서 천 건축의 계보를 수천 년 전까지 추적하는 작가의 모습을 통해, 그만의 방식으로 구현된 한옥을 옮겨 짓는 ‘걷는 집’의 전통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기술과 재료를 터득해가는 작가의 모습도 흥미롭다. ‹STPI›는 싱가포르 공방의 장인들과 함께 물에 녹는 젤라틴 티슈로 실 드로잉을 만들어가는 실험을, ‹포털›은 3D 스캐닝과 CNC 밀링, 캐스팅, 전통 목조 건축의 결구 방식을 혼합한 음각 건축을 구현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기록한다. 이어 ‹도린 누탁 시먼즈›와 ‹어디로 가는 다리›는 서도호가 1999년부터 ‘완벽한 집’을 찾기 위해 탐구해 오던 ‹다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협업을 요청했던 인류학자이자 영화감독인 휴 브로디의 서신으로 시작한다. 작가의 삶에서 집이라 여긴 장소인 서울, 뉴욕, 런던을 잇는 다리와 그 교차점인 북극해 위에 있는 하나의 집을 상상한 프로젝트로, 이 사변적 작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건축, 공학, 생물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한다. 브로디는 작가의 ‘완벽한 집’이 실제 어떤 모습일지를 북극해의 백야와 영하 60도의 겨울, 오로라, 해빙의 풍경으로 그려 보인다. 나아가 이누피아크의 원로 도린 누탁 시먼즈를 통해 선주민 공동체를 소개하며, 글로벌 식민주의와 기후위기가 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저는 촉매 또는 통로의 역할로 이분들께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결과적으로 어떤 기분 좋은 성취감으로 집에 돌아가시길 희망했어요. …예술 작품은 어떻게 보면 핑계라는 느낌이 자주 들어요. 더 중요한 건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느냐예요." (서도호, 다큐멘터리 ‹별똥별› 중) «서도호의 현장들»에서 선보이는 영상들에는 서도호의 작품 과정에 동참해 ‘함께 집을 만든’ 이들이 자신의 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이는 누구나 살던 집을 떠나고 가족과의 관계가 변해가는 보편적인 인생사와 닿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문화권을 오가며 ‘집’과 ‘집 없음’ 사이의 감정을 치열하게 파고드는 작가의 작업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리움과 소속감에 대한 사유가 담겨있다. 이번 상영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은 서도호의 작품을 둘러싼 맥락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의 작업 현장에 깃든 많은 이들의 손과 마음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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